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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부 실세 이영호 숙청과 전망

강력한 리더십을 지닌 지도자의 부재는 김정은 정권의 안위에 심각한 위협요인이 될 것이다.    
   본 내용은 자유지 10월호 '안보논단'에 게재된 김선호 한국혁신전략연구원 원장(한성대학교 국방경영학과 교수)의 글임. (편집자 주)

북한 인민군의 실세인 이영호 총참모장이 숙청(‘12.7.15)됐다. 이영호의 숙청에 따른 북한 조선통신의 발표는 “신병관계로 모든 직무에서 해임한다”로 요약된다. 그러나 이영호의 실각은 북한의 발표처럼 단지 신병상의 문제나 통상적인 인사교체로 보기엔 어려운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이영호는 금년 김정은의 공개활동을 32차례나 수행했으며 김정일 장례식 때에는 운구차를 호위한 ‘8인방’중 한명으로 김정은과 함께 맨 앞줄에 위치했었다. 이영호는 최근 김일성 사망 18주기(‘12.7.8)를 맞아 금수산 태양궁전을 김정은과 함께 참배했다. 북한군의 최고실세인 이영호가 공개활동 8일만에 모든 직책에서 전격적으로 해임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영호의 숙청과정은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이례적이다.

숙청 배경

첫째, 권력안정을 위한 숙청이다. 북한권력층의 역사는 숙청의 역사다.
박헌영을 숙청한 김일성, 6군단 쿠데타 세력을 제거한 김정일은 권력의 고비 때마다 희생양을 만들어 권력을 안정시켰다. 김정은 역시 후계자로 지목된 2009년부터 숙청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박남기․ 홍석형을 제거했으며 국가보위부 우동측도 사라졌다. 이영호 역시 권력 이행이나 권력 안정을 위한 숙청의 희생양이 되었다.

둘째는 당(黨)과 군(軍)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숙청이다. 김정일 집권 초기에 활용했던 신군부가 이제는 오히려 수령 유일지배 체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하에 군부에 강력한 경고를 할 필요를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또 비대하게 커진 군의 권한과 기능을 축소시켜 당-군 관계를 바로잡으려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영호는 북한 권력핵심들이 함께하기에 어려워 해임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은 한때의 스승을 부하로 두기에, 장성택․ 최용해는 고집불통인 그를 다루기에 불편했을 것이다. 여기에 이영호의 말실수와 권력남용 등 밉보인 행태가 빌미로 작용했을 것이다.

셋째, 장성택계의 인사들이 줄줄이 실세로 부상했다. 장성택계의 인사들이 군과 공안권력의 수장지위에 올랐다는 점이 주목된다. 군의 무력에 의존하는 북한에서 군을 확고하게 장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권력엘리트 및 대중들에 대한 통제력 확보차원에서 공안권력 장악이 최우선이다. 인민군의 최고위직 인 총정치국장 최용해, 국가안전보위부장, 김원홍, 우리의 경찰청장에 해당하는 인민보안부장 이명수 등 모두 장성택계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넷째는, 신군부를 대표하는 이영호가 당료파이자 주도세력인 장성택․ 최용해와 정책적으로 갈등하는 상황에서 군에 집중된 외화벌이 사업권을 내각으로 이관하는데 반대했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북한 군부가 장악해온 막대한 이권을 최근 내각으로 돌리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한다.

북한 군부는 자체적인 외화벌이를 위해 무역회사를 운영하거나 해외지사를 가동해왔다. 달러 돈줄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기위한 목적도 있지만 국제사회의 제재망을 뚫고 은밀하게 무기판매를 하려면 군 조직을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막대한 외화가 군부의 관리하에 놓이다보니 이권다툼은 물론 부정부패가 만연하게 된다는 점이다.

위조달러나 마약 같은 정권차원의 범죄가 저질러지는 것도 노동당과 군부의 최고 실세 그룹들이 든든한 후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에게 있어 군부의 돈줄은 통치자금 차원에서 유용하지만 권력구축 과정에서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칫 군부와 당의 세력을 불려주어 권력에 대항함으로서 체제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수칭호 수여 의미

이번 김정은의 원수칭호 수여는 통치체계 부분을 보완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2010년 9월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은 이후 1년 후인 2011년 12월 24일 최고사령관의 직책을 물려받았다. 문제는 차수계급을 갖고 있는 원로 군인들이 8명이나 되는데 대장계급을 갖고 있는 최고사령관이 지휘한다는 것은 실제적으로 맞지 않는 것이었다. 이번 원수칭호의 수여는 군대 지휘체계를 확립한 것이다. 이영호의 숙청과 현영철(전 8군단장)의 부상은 가벼운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자칫 동요할 수 있는 군심을 바로 잡는다는 측면에서 전격적으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김일성․ 김정일의 원수 추대는 통상 어떤 형식의 기념일을 기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김정은의 중대보도 형태의 원수칭호 수여 자체도 이례적이다. 그것은 결국 이영호 숙청사건을 주도한 세력들이 군내부의 동요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취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향후 전망

이영호의 실각은 일회용 사건이 아니라 장성택계 중심의 권력재편 과정의 일환이며 현재 진행형의 성격을 띤 것으로 보아야 한다. 장성택계는 군과 내각 당에 대한 전반적이고 포괄적인 권력 장악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김정일이 시도한 대규모 숙청사례인 심화조사건(북한 고위급 2.5만 여명 간첩죄로 처형)을 넘는 규모일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영호의 숙청과 아울러 최용해를 정점으로 군의 주요보직 및 군단장, 사단장 급에 대한 대폭적인 물갈이를 예상할 수 있다. 또한 당 조직비서로 있는 김경희를 통해서 당에 대한 조직개편도 시도될 가능성이 있다. 장성택은 자신의 풍부한 경험으로 내각을 관리하는 동시에 권력재편 전반을 아우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 같은 모든 과정은 김정은 권력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게 될 것이며 김정은과의 긴밀한 협의 및 재가를 통해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문제는 군부를 중심으로 하는 기존 세력의 저항여부이다. 당장 이영호의 숙청에 대해서 군 원로 및 무력을 장악하고 있는 일선 군부대의 반응여부가 관건이다. 장성택계의 군 공안권력 장악이 아직 총체적으로 완결된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영호의 실각은 정치적 게임에서 북한 군부가 일시적으로 밀려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김정은 최후보루라고 할 수 있는 호위총국과 평양방어사령부 등 핵심적인 부대의 동향도 예의 주시해야할 것이다.

북한군부의 반발이 노골화될 경우 장성택계도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북한권부의 안정성은 향후 진행될 장성택계의 포괄적인 권력재편과정의 순조로운 진행여부에 달려있다 할 것이다. 현재 확실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있는 김정은과 장성택과의 관계가 지속될 수 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장성택계가 군 및 보수강경파를 제거하고 권력을 장악할 경우 북한 위기의 원인을 이들에게 돌리고 대남대외관계에서 유화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으나 현재는 이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김정은은 지난 6월 28일 ‘우리식의 새로운 경제관리 체제 확립에 대하여‘란 경제관리 개선 조치를 제시했다. 즉 협동농장의 분조(分組)규모 축소, 공장기업소의 경영 자율권 확대, 당․군이 독점해온 경제사업의 내각 이관 등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진지한 개혁개방 의사도 없으면서 외부세계의 지원을 유도하기위해 연막을 치는 것”이라고 말했으며 전문가들도 “김정은이 6.28조치 시행에서 사회주의 원칙 고수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해 근본적인 개혁․개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결론적으로 이영호의 숙청으로 북한권부의 변화는 북한체제내구력의 약화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체제위기에 직면한 북한은 군을 최우선하는 선군정치와 통치엘리트의 결속을 통해 집권을 연장해왔다. 권력 갈등은 엘리트진영의 균열과 통치능력의 약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특히 강력한 리더십을 지닌 지도자의 부재는 김정은 정권의 안위에 심각한 위협요인이 될 것이다. 이후의 전개과정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konas)

김선호 한국혁신전략연구원 원장(한성대학교 국방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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